※ 미스터리/추리소설 리뷰이므로 약간의 스포성 발언이 있을 수 있으나, 줄거리 반전 등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해 작성하였습니다.
읽은 이유
국내에서 가장 알려진 일본 미스터리소설 작가라면 단연 히가시노 게이고일 것이다. 나 또한 히가시노 게이고로 일본 미스테리를 입문했고 한때 가장 좋아하는 작가였다. 하지만 다작으로 유명한 작가 답게 워낙 많은 작품들을 써냈고 작품의 완성도가 명작에서 졸작까지 들쭉날쭉한 작가라 어느 순간부터는 평이 좋은 작품들만 골라 읽게 되었다. 그러던 중 101번째 발표한 작품인 이번 작품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가 2024년 공신력 있는 일본의 미스터리 랭킹인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에서 3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도 3위를 차지하면서 오랜만에 높은 평가를 받았기에 기대감을 갖고 읽게 되었다. 최근 10년간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에서 틀림없는 최고 걸작이라는 일본 평론가의 평도 기대를 더하게 했다.
줄거리
한여름 호화 별장지에서 일어난 연속 살인사건. 자수한 범인은 범행 과정에 대해 입을 다문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자 검증회를 열고, 그 자리에 휴가 중인 가가 교이치로 형사가 참석한다. 재구성되는 비극 속, 예측하지 못한 진실이 그 정체를 드러낸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건 우연일까, 필연일까.
장점
워낙 가독성이 좋게 집필하는 것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이기에 이 책 또한 불과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이 진행되어 갈수록 인물들의 숨겨진 진상들이 등장하는데 와이더닛에 초점을 둔 작품이기에 트릭 보다 인물간의 얽히고 설킨 관계와 동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완결이 난 줄 알았던 가가 형사가 다시 등장하는 작품이기에 가가 형사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도 큰 선물이 될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한국에도 워낙 잘 팔리는 작가이기에 계속해서 작품이 출판되고 있는데, 문제는 작품성이 좋은 작품들은 이미 진작에 출판이 되었고 남아 있는 오래된 평이 안 좋은 과거작들만 출판되면서 최근 읽을 만한 작품들이 없었는데 꼭 가가 형사 시리즈의 팬이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 출판되었기에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봄직한 작품이다.
단점
개인적으로는 크게 기대했던 작품인데 만족보다는 실망이 컸다. 이 책은 430 페이지 정도의 책인데 사건 발생이 초반 100 페이지에 몰려 있다. 나머지 300페이지는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검증회에 할애했는데, 검증회가 급박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에 가독성이 좋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중반 이후 후반부부터는 조금 루즈하게 느껴졌다. 검증회가 흘러가면서 반전에 반전이 거듭되지만 이 또한 늘 알던 반전이기에 특별하다고 느껴지지가 않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101번째 작품에서 미스터리의 원점으로 라는 홍보 메세지가 있는데 미스터리의 원점이라기 보다는 기존 클리셰를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성격이 좋지 않은 졸부 부부, 예비사위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병원장 등 K-Drama에서 나올 법한 캐릭터와 사건들도 대거 등장하기에 한국인인 우리에게는 더 익숙한 맛이여서 더욱 더 클리셰의 반복으로 느껴진 감도 있다. 이 작품은 2019년 일본에서 발생한 농림성 차관이 히키코모리 아들의 폭력성을 참다 못해서 아들을 살해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부분을 깊게 다루지는 않고 수박 겉핡기로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본격 미스터리로서도 사회파 미스터리로서도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후반부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이에 대한 복선을 조금 더 치밀하게 작품 초반에 깔아두었다면 독자들이 이런 복선을 회수하는 데서 느끼는 재미를 더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총평
히가시노 게이고와 가가 형사 시리즈의 팬, 그리고 미스터리를 입문하는 독자라면 뛰어난 가독성으로 한번쯤 읽어 볼만한 작품이지만, 미스터리 소설을 많이 접한 독자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전형적으로 진행되는 평이함으로 새로움을 느낄 수 없는 작품
개인적인 평점
★★★★★★☆☆☆☆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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