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이유
전작 <방주>에서 추리소설 전체 역사로 봐도 손에 꼽을 정도의 반전을 보여준 작가의 후속작이기에 거를 수가 없었다. 물론 전작 방주가 2023년 본격 미스터리 10 2위를 차지한 것에서 십계는 2024년 본격 미스터리 10 7위로 살짝 밀리긴 했지만, 본격 미스터리 10과 이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0위 안 작품들은 믿고 보는 나로서는 큰 기대감을 가지고 독서에 들어갔다.
줄거리
예대 입시를 위해 삼수를 하는 리에는 아빠와 함께 생전 큰아빠가 소유했던 에다우치섬을 방문한다. 물론 섬에 리조트 시설을 개발하기 위해 모인 관계자들 아홉 명과 동행한다. 부동산 회사 직원, 관광 개발 회사 직원, 건축사무소 직원 등으로 구성된 일행이다. 그런데 섬을 시찰한 다음 날 아침, 부동산 회사 직원이 의문의 살해를 당하고, 그와 동시에 열 가지 계율이 적힌 종이가 발견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섬에 있는 동안 살인범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하지 말 것. 지시를 지키지 못했을 시, 섬에 있는 폭탄의 기폭 장치가 작동해 모두 목숨을 잃는다.’
섬에 갇힌 일행들은 범인이 내릴 신벌을 두려워하며 ‘십계’에 따르는 사흘을 보내기 시작한다. 이 섬에 머무르는 동안 범인을 밝혀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전원 사망이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어떤 진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장점
클로즈드 서클물에는 일종의 공통점이 있다. 외부와의 교통수단, 연락수단 등이 차단된 상태에서 탐정 또는 탐정 역할을 맡은 주인공은 내부에서 계속해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의 진범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작품 <십계>는 이러한 클로즈드 서클물을 비틀어 낸다. 무대는 외부와 고립된 섬이지만, 언제든 배를 부를 수 있고, 휴대폰 전파도 통해서 언제든 외부와 연락이 가능하다. 하지만 범인이 만든 십계와 십계를 어길 시 따르는 페널티 때문에 다들 등장인물들은 자진해서 클로즈드 서클을 조성한다. 이렇게 고전적인 클로즈드 서클을 비틀어서 클로즈드 서클을 만들어내는 것은 굉장히 신선하고 재밌게 다가왔다. 그리고 전작에서 선택받은 자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방주>라는 성경의 소재를 굉장히 영리하게 써먹었는데, 본작에서도 규율을 지켜야만 한다는 <십계>의 설정을 굉장히 잘 이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몰입감이 좋고 분량이 길지 않아서 술술 읽힌다는 점도 소설로서는 분명한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전도 출판사에서 말하는 핵소름 반전 까지는 아니지만(아무래도 전작 방주의 반전에 대한 호평때문에 이런 마케팅을 펼친 듯 하다.) 휼륭했고 특히 전작과의 세계관이 이어지는 부분이 좋았다.
단점
아쉬운 점은 전작과 비슷하다.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매력이 없다. 일단 전작에서 지적을 당해서 그런지 몰라도 작가 나름대로 몇몇 인물들은 가정사를 등장시켜서 그런 부분을 보완해 보려고 했는데, 딱히 가정사가 의미가 있거나 재밌지가 않았다. 차라리 가정사를 등장시킬거라면 이런 가정사 때문에 이 등장인물이 용의자라던지, 아니면 다음 피해자라던지 이런 식으로 써먹었어야 더 몰입감을 높히고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인데 이 부분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느낌으로 날려먹은 분량이 꽤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소설이 언페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읽다가 착각한건가 하고 다시 읽어봐도 언페어하다는 생각이 가시지는 않았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한 내용을 다룰 수는 없지만 이런 부분을 좀 가다듬었다면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론
단점을 좀 많이 이야기 했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추리소설이 가뭄에 콩나듯이 출판되는 우리나라에서 이정도의 추리소설이라면 추리소설 팬들은 무조건 읽어야 하는게 맞다.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이런 부분들을 더욱 보완해서 작가가 성경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낙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들었는데,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좋은 작품이 나왔으면 한다.
개인적인 평점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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