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엄청난 반전으로 화제가 되었다는 소설 '방주'. 한국에서도 많은 독자들이 발간되기만 기다렸고 저 역시 그들 중 하나였습니다. '10년간 많은 본격 미스터리 소설을 번역해 왔지만 마지막에 이렇게까지 소름이 돋는 작품은 없었다.'는 번역가의 말이 기대감을 더 높이게 했는데... 과연 방주는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는 소설이였을까요?
줄거리
소설 상의 주인공 슈이치는 사촌형 쇼타로와 대학시절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산 속 지하 건축물(속칭 방주)를 찾아갑니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길 잃은 가족 세 명과 함께 지하 건축물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합니다. 다음 날 새벽녘, 지진이 발생해 출입문이 커다란 바위로 막혀 버립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반에 문제가 생겨 물이 유입되기 시작합니다. 머지않아 지하 건축물은 수몰될 것이 분명합니다. 지하 건축물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 명이 희생해 바위에 연결 된 닻감개를 돌려서 바위를 떨어뜨리고 혼자 방안에 갇히는 것입니다. 그 한 명은 물이 차오르는 것을 바라보면서 죽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됩니다. 이 와중에 살인이 발생하고, 슈이치 일행은 살인자를 찾아내 바위를 떨어뜨리는 희생양 역할을 시키려고 합니다. 그러나 범인을 찾아내기도 전에 또 다른 살인사건이 발생하는데... 제한 시간은 약 일주일, 과연 슈이치 일행은 범인을 찾아내고 무사히 방주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요?
장점
- 클로즈드 서클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뛰어난 반전과 결말
클로즈드 서클(외부와 일체 연락할 수 없는, 물리적으로 고립된 장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필연적으로 한가지 문제를 갖습니다. 피해자가 늘어날 수록 용의자 수는 줄어들고 범행이 발각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왜 굳이 범인은 범행을 저질러야 할까라는 것입니다. 소설 방주도 처음 읽기 시작할 때는 그러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한 명이 방주에서 희생되어야 하는데 왜 굳이 범인은 범행을 저질러서 본인이 그 희생양이 될 가능성을 높이는가 하는 의문 말입니다. 하지만 방주는 결말 부분에서 이러한 의문을 말끔히 해결하는 엄청난 반전과 당위성을 제시합니다. 결말 부분만 본다면 역대급 반전이라는 출판사의 찬사가 전혀 틀린말이 아니며 과장도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단점
- 부족한 인물간의 관계 묘사와 캐릭터성
하지만 아쉬운 점은 그 결말까지 이르는 과정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서사와 캐릭터성이 거의 말살되다 싶은 정도입니다. 오로지 결말만을 향해 질주하는 폭주기관차를 보는 기분이 듭니다. 미스테리 소설을 읽으며 '미스테리'쪽에 집중하는 분들이라면 만족할 것이고, '소설'쪽에 집중한다면 실망이 클 것 같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대학시절 동아리 친구들과의 관계묘사와 주인공의 사촌형 쇼타로에 대한 묘사가 조금 더 강화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조금 더 강화되었다면, 본격 미스터리 10과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를 석권할 수 있는 명작이 탄생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요약
클로즈드 서클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역대급 결말, 결말까지 가는 과정의 아쉬움
개인적인 평점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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